바야흐로, 대이직의 시대입니다. 평생 직장이라는 말은 희미해지고, 더 나은 성장과 새로운 도전을 향한 이직은 이제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선택이 됐죠.

그런데도 어떤 이별은 유독 아쉽고,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PFCT에서 5년 넘게 기술 조직을 이끌어온 CTO 민승님의 퇴사 소식이 그러했습니다.

그동안 정말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고,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민승님, 보고 싶을 땐 바로 전화드릴게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 맛있는 위스키 들고 찾아 뵐게요!

팀원들의 이 한 마디 한 마디가, 그가 남긴 자취를 말해줍니다.

왜 떠나는지, 어떤 마음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담담하지만 진심 가득한 민승님의 마지막 이야기를 지금 전해드릴게요.

前 최고기술경영자(CTO) 강민승
– 제19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대상
– 서울대학교 에너지공학/컴퓨터공학 학사
– 모젯, 바비톡, 에이블리 등에서 PM/개발 담당
– 블록체인 커뮤니티 ‘코박(Cobak)’ Founder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해야죠. (웃음) 근데 정말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일단 진솔하게 말씀드릴테니 포장은 알아서… 해보시고 안되겠다 싶으면 폐기 처분해주세요.

헉. 이렇게 시작하는군요. ㅎㅎㅎ

음… 크게 두 가지 생각이 겹쳐지면서 결정을 내렸던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내가 떠나도 회사가 잘 굴러가겠다’는 생각이요.

사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꽤 예전부터 있었어요.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도전은 창업인데요. 아시다시피 저는 성향 자체가 ‘만드는 사람’에 가깝다 보니 개발을 더 많이 하고 싶고, 제품을 만들고 싶은, 그런 갈망이 계속 있었어요. 130명이 넘는 조직의 CTO로서는 해소될 수 없는 갈망이었죠.

그럼에도 오랜 시간 PFCT를 놓지 못한 건 책임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없어도 팀이 잘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너무나도 훌륭한 개발자들을 팀원으로 모시고, 적합한 분들께 리더 역할을 부여하고, 맡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떼어주는 시간을 거쳤죠. 다행히 이제 팀도 자리를 잡았고, 회사도 잘 될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떠남을 택해도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여행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여행자의 성향을 가진 거죠.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처음 느꼈던 감흥은 줄어들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올라오더라고요.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개발을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강했어요.

‘더 이상 이곳을 5년 전의 강민승처럼 즐길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제가 지금 받고 있는 대우들을 생각해 봤을 때 ‘정말 내가 이곳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속물적으로 생각하면 저도 당연히 그냥 받고 싶죠. (웃음) 그치만 그게 분명 기회 비용으로 작용할 테고, 회사에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니까요. 내려놓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0년 3월 9일, 당시 회사가 풀고자 하는 문제에 크게 공감했고, CTO 역할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합류를 결정했어요. 근데 솔직히 2023년 3월 9일까지만 일하려고 했죠. (웃음) PFCT가 저희 개발팀을 인수하는 형태로 제가 합류하게 되었잖아요. 그게 3년 계약이었거든요. ‘3년 동안 이 영역에서 최선을 다 하고, 다시 다른 거 해야지’ 생각했어요. (관련 콘텐츠: 5년차 스타트업의 첫 인수합병 스토리)

그런데 3년을 거의 채워가던 2022년 9월, 외부 변수로 인해 회사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졌어요. 영원하길 바랐던 팀이 깨졌죠. 저랑 8년 동안 함께 해왔고, PFCT에도 저를 믿고 와줬던 친구들을 내보내는 결정을 해야 했는데 와, 정말 힘들었어요. 원래는 그 때 바로 나가려 했어요. 회사가 어려워진 것에 대해 리더로서의 책임도 있고,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상처주면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못 찾겠더라고요.

어느 순간 남아 있는 팀원들을 보고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됐어요. 저는 솔직히 다들 회사에 실망해서 나가버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퇴사하기는 커녕 오히려 연봉을 적게는 10%, 많게는 50%까지 자의적으로 내려놓으면서 ‘우리 동료들이 더 안 나갔으면 좋겠다’ 나서는 모습을 보였죠. 물론 저도 많이 내려놓았지만, 금 모으기 운동처럼 한 명 한 명 힘을 보태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고 CTO라는 사람이 어떻게 나갈 날을 세면서 있겠어요. 그건 진짜 아니죠.

남아있는 팀원들 또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료들이고, 냉정하게 CTO로서 다시 회사를 궤도에 올려놔야 할 임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상화시키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다 되뇌었죠.

정신 차리고서는 ‘우리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매일 밤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전 인터뷰 때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저는 늘 ‘기업이 설립된 일수만큼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7년 뒤, 10년 뒤, 미래를 봤을 때 잘한 결정이 뭘까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 때 나온 아이디어가 에어팩의 단초가 됐죠.

(관련 콘텐츠: B2B 사업 탄생기: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파트너 ‘에어팩(AIRPACK)’)

네, ‘금융권에 이런 수요가 있다’는 식의 얘기는 종종 나눴지만, 본격적으로 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한 얘기는 한 적이 없었는데요. 제가 장표를 만들어서 C-level 분들을 모아 발표를 하고, B2B 사업을 해보자는 얘기를 했었죠.

그 장표가 아직도 기억이 나요. 당시에 핀테크가 다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표를 보여주면서, 핀테크 중에서 유일하게 안 무너지는 곳이 있다. 그게 뭐냐면 B2B다- 하는 식으로 얘기를 풀어갔어요. 사례로는 아마존을 들었죠. 아마존도 상장하자마자 거의 95% 이상의 주식이 박살났거든요. 근데 그걸 다시 되살린 게 B2B 사업인 AWS였어요. 그 탄생 스토리를 제가 막 그려가면서 발표를 했죠. 우리도 이걸 해야 한다고.

물론 에어팩의 성공을 지금까지 만들어낸 1등 공신들은 따로 있지만, 어쨌든 제가 그 첫 발자국을 내딛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네요. (웃음)

(관련 콘텐츠: 피플펀드 CTO가 말하는 ‘기술로 이뤄낼 금융의 진짜 혁신’)

미시적으로 보면 되게 힘들었죠. 수환님(CEO)도 저한테 ‘맨날 뭐가 그렇게 힘드냐’ 하셨는데, 그냥 회사에 진심이었던 만큼 스트레스도 많고, 힘든 순간들도 자주 찾아왔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 회사는 솔직히 파도가 많았잖아요. (웃음) 회사가 한 방향으로 잘 됐으면 고민이 없었을텐데, 역경이 많았죠. 역경 속에서도 팀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끔 고민하느라 거의 매일 밤을 쓴 것 같아요. 항상 이 사람들에게 다음 길을 보여줘야 하고, 나가려고 하면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 까지 않은 패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당연히 말할 수 없는 고충이 많았죠.

근데, 지금 와서는 그냥 고맙고 행복한 기억만 남은 것 같아요. 배운 것도 많고요. 60명이 넘는 개발팀을 이끄는 경험은 책에서 배울 수 없잖아요.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런 사람들 앞에 서서 매니징을 고민하고, 기술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한테는 과분하고도 감사한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음… 그간의 선택 중에서 틀린, 그러니까 잘못된 의사결정들이 물론 있죠. 근데 그건 결국 다 결과론적인 얘기거든요. 지금은 미래를 알기 때문에 후회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 결정들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제가 미래를 모른 채로 다시 그 때로 돌아가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아마 똑같이 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점으로 꼽을 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아쉬움이 없을 만큼은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요.

솔직히 ‘앞으로 뭐 먹고 살지’ 하는 걱정이 제일 커요. (웃음)

보통 회사 일을 하면서 이직이나 사업 준비를 어느 정도 하다가 가시화되고 나면 나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저는 CTO다 보니까 뭐든 완전히 퇴사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직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다 보니 솔직히 아직 무슨 느낌이 들기엔 이른 것 같아요. 아, 5년 동안 못했던 개발을 원 없이 하겠구나 하는 기대감과 설렘은 있습니다.

앗.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PFCT에 많으니까 매일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죠. 근데 그 생각은 크게 안 하려고 해요. 왜냐면 앞으로 안 볼 거 아니니까, 또 회사는 반드시 잘 될 거니까요. 걱정 없습니다.

고맙다. 일단 그동안 믿고 따라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가장 크고요. 한 편으로는 미안함이 있기도 해요. 회사도 잘 될 거고 훌륭한 친구들이니까 제가 없어도 물론 잘 하겠지만, 회사 안에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이 여전히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을 더 못해주는 것에 대한 어떤 미안함도 있죠.

아마 이런 제 마음을 알면 ‘알아서 할게요’ 하겠지만… (웃음) 어쨌든 회사 못지 않게 이 친구들이 정말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나가도 계속 연락하면서 도울 수 있는 건 도울 거예요.

(관련 콘텐츠: 좋은 선수를 넘어 훌륭한 감독을 향하는, PFCT 기술총괄(VPE)의 이야기)

음… 저한테 장혁님은 사실 깐부 같은 분이에요. 한 5년 동안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울고 웃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죠. 제가 회사의 성장을 위해 뭔가 새로운 것들을 탐색하고 고민할 때, 장혁님이 본진에서 팀의 결속을 챙겨주는 역할을 해주셨어요. 저한테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죠. 그래서 퇴사 결정을 하고 수환님과 얘기하면서 ‘장혁님만큼 훌륭한 분을 밖에서 찾긴 어렵다’고 이야기 드렸어요.

첫 번째로 저는 ‘CTO가 개발자들의 우산이 되어줄 수 있는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두 번째로는 ‘우산이 되면서도 마냥 구성원들을 감싸는 게 아니고, 회사를 위한 의사결정을 같이 할 수 있나’라는 것도 보죠. 마지막으로, ‘실무를 깊게 파고들 능력과 감이 있는 사람인가’도 보는데요. 이런 여러 면을 두고 봤을 때 장혁님만한 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보다 나은 부분… 어찌 보면 더 감성적이세요. 저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더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그 부분은 제가 따라할 수 없는, 저와는 다른 리더십 유형이라고 생각해요.

하나 더 꼽자면, 실무적으로도 훨씬 더 디테일하게 저보다 잘 하시죠. 백엔드건 프론트엔드건 데브옵스건 장혁님도 개발에 대해서 워낙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실무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저보다 훨씬 더 깊게 보고 팀원들과 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렵네요. 반대로 ‘제가 장혁님보다 잘할 수 있는 게 뭐냐’를 찾는 게 차라리 편한 것 같아요. 왜냐면 대부분 장혁님이 저보다 잘하시거나 저 못지않게 잘할 수 있으셔서요. 그만큼 신뢰가 깊습니다.

저는 PFCT가 금융 영역에서 AI를 정말 잘 하고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수환님은 우선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하지만, 저는 10년 뒤에 PFCT가 세계 무대에서 놀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저는 이 AI라는 웨이브가 1, 2년짜리 웨이브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앞으로 5년, 10년 뒤에도 계속 이 하나의 메타가 갈 것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고민과 투자를 시작한 우리가 금융 영역에서는 앞서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요? 저도 아마 금융 영역은 아니겠지만, AI 쪽 사업을 할 것 같아요. 지난 인터뷰 때도 말씀 드렸는데, 저는 앨빈 로스 교수님의 ‘실패한 시장을 고치는 게 나의 사명’이라고 했던 그 말을 여전히 마음에 간직하고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사업에서도 불완전한 매칭으로 인해서 생기는 시장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요. 기술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려 합니다.

근데 사실 당장은 쉬고 싶은 마음이 제일 강해요. (웃음) 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게 2016년이거든요. 그러니까 약 9년이 조금 넘는 시간인데, 지금까지 퇴사 처리가 된 적이 없어요. 단 하루도 소속 없이 쉬어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PFCT에서는 5년 3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거지만 어떻게 보면 9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야 제대로 쉬는 거기도 하죠.

근데 오늘 무슨 날인가요? 바깥이 되게 소란스럽네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문 열기 바로 직전에 ‘설마’ 하고 생각했는데, 놀랐어요. (웃음)

음… 저한테는 PFCT가, 그러니까 제가 PFCT를 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제가 여기 다니면서 놓쳤던 기회들도 분명 많고, 그 때 당시에는 리스크 있는 선택들도 많이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이 데려왔고 솔직히 돈도 많이 넣었고요. (웃음) 지인들과 비교해보면 제가 유일한 사례에요. 정말 간과 쓸개 다 빼줬죠.

네, 그게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면 결국 사랑인 것 같아요. 그만큼 PFCT가 저에겐 소중한 존재였고, 그건 떠나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네, 저도 무척 바랍니다. (웃음) 근데 사실 뭐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거 보면 그냥 그걸로 된 것 같아요. 그래도 헛살지 않았구나, 내가 좋아하는 만큼 이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주는 구나, 감사한 마음만 가득 안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PFCT의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응원할게요!


인터뷰를 마치고 퇴근을 앞둔 시간, 사내 메신저에 메세지가 하나 올라왔어요.

안녕하세요, 강민승입니다. 5년간 PFCT의 CTO로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시간이었고,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 자리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함께해주신 동료분들 덕분이었습니다. 함께 만날 수 있었고 이렇게 웃으면서 저의 PFCT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회사는 저에게 너무 감사한 곳으로 남아있을 것 같네요. 종종 회사에 놀러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PFCT가 더 크게 성장할 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밖에서도 열심히 도울게요. 구성원 모두 행복한 일만 있기를 기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민승님의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을 읽으며, ‘이렇게 단단하고 따뜻한 이별도 가능하구나’ 실감했습니다.

이별은 늘 아쉬움을 남기지만,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죠. PFCT 기술 조직은 이제 새로운 CTO 장혁님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합니다. 민승님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더 멀리, 더 크게 성장해갈 거예요.

PFCT의 내일도, 민승님의 새로운 도전도, 진심으로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dited by Hoonjung
photographed by Gihwan


따뜻한 사람들이 가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