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출 받는 과정이 어땠는지 떠올려 봅시다. 주거래 은행에 방문해 여러가지 상품의 금리·한도를 확인하고, 근처에 위치한 다른 은행의 금리·한도와 비교한 다음, 그나마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에서 대출을 받곤 했죠.
지금은 어떤가요?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많은 은행 앱들이 온라인화되었고, 대출비교서비스의 등장으로 수십 개의 대출 상품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침대 위에 누워 나에게 가장 좋은 조건을 제안하는 금융사를 간편하게 택할 수 있죠. 시장의 형태가 마치 ‘경매’처럼 변하면서, 더 좋은 조건을 제안한 금융사가 손쉽게 좋은 고객을 데려가는 환경이 마련된 거예요.
시장은 이렇게 진화했는데, 금융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PFCT AI R&D 팀은 여기서 기회를 엿봤습니다. 각 금융사가 금리·한도를 결정하는 방식이 여전히 전문가들의 경험에 의존하는 휴리스틱(heuristic) 방법론에 멈춰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이 정도 조건이면 고객이 많이 선택할 것이다’는 식의 경험에 의한 판단은 한계가 명확해요. 시장 환경과 경쟁사의 전략에 빠르게 대응해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거든요. 모든 것이 변화무쌍한 요즘 시대엔 특히 더 그렇죠. 휴리스틱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과학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금리 전략 최적화를 1차 목표로 연구를 시작한 AI R&D Team, 6개월 후 이 연구의 결과물을 데이터 마이닝 및 인공지능 분야의 최우수 학회로 꼽히는 ‘KDD 2024’에 등재하게 되었어요!
⏹ 잠깐! KDD가 어떤 학회냐면요,
KDD(Knowledge Discovery and Data Mining)는 세계 최초 컴퓨터 학회인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에서 지정한 35개 그룹(SIG: Special Interest Group) 중 데이터 마이닝(지식발견) 분야의 학회로, 해당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입니다. 또, 컴퓨터 및 관련 분야의 저명한 학회를 평가하는 코어 컨퍼런스 랭킹(CORE Conference Ranking)에서 최상위 등급 A*에 해당하죠.
이들은 현재 금융 시장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떤 방법으로 풀어내고자 한 걸까요? 그 결과물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KDD 2024의 주역인 AI R&D Team의 엔지니어 4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국제 최우수 학회 논문 등재를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시작점이 궁금해집니다. ‘금리 전략에 대한 연구를 해보겠다’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병규: 계기를 말하기 위해 ‘에어팩(AIRPACK)’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에어팩은 고도화된 AI 신용평가기술로 대출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잘 변별해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를 돕는 B2B 솔루션입니다. 현재 PFCT가 롯데카드, SBI저축은행 등 국내외 다수의 금융사에 공급하고 있죠.
에어팩 공급을 위해 여러 고객사를 다니다 보니, 신용평가기술이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선 대출 운영 전반에 걸친 여러 비효율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대출 모집부터 금리·한도 전략, 사후 관리 등 다양한 분야가 눈에 들어왔죠. 이번 연구는 그 중 첫 번째로 금리 전략부터 건드려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금리 전략을 개선해야 에어팩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풀어 설명해주신다면요?
동준: 에어팩에 적용된 신용평가기술은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이때,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로 미래를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연체할 사람과 안 할 사람을 ‘정확히’ 구별해내는 건 불가능해요.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다음은 굉장히 쉽겠죠. 연체를 절대 안 할 사람에게만 대출을 내주면 되니까요.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내일 죽을지 살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연체를 할지 말지 정확히 알 수 없죠. 다만 누가 얼만큼의 확률로 연체를 할 지는 예측할 수 있는데요. 에어팩은 이런 예측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 우수성이 금융사의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금리 전략의 고도화가 필요한 거고요.

병규: 예를 들어 에어팩이 A라는 사람의 연체 확률을 4%로 뱉었다면, 그 수치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 A는 반드시 대출을 내어줘야 하는 대상이 되는데요. 이때, 해당 금융사의 금리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면 대출비교서비스가 만연한 이 시대에 A는 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금융사의 대출을 받아버리겠죠. 좋은 신용평가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거예요.
또 한 편으로는 동일한 사람에게 금리를 6%로 주는 것과 16%로 주는 게 불량률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이자를 갚을 때의 부담이 다를 테니까요. 따라서 그 사람의 신용에 딱 맞게 갚을 수 있는 금리를 제안하는 게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의 비효율도 AI 기술을 활용해 바꿔나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AI가 더 잘 해낼 수 있겠다 판단한 이유는요?
병규: AI라는 게 결국에는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따라하는 친구잖아요. AI가 하는 게 압축이냐, 학습이냐에 대한 담론이 꽤 있는데, 저는 일단 압축 쪽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했을 때, 사실 압축할 수 있는 자원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건 시간이거든요. 금융권에서 금리 전략을 잘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제약 조건을 반영해야 하고, 수많은 계산과 검증 과정이 필요해요. 그런 복잡한 과정을 사람이 따라가다 보면 전략의 수정 주기가 길어지고, 불가능의 영역에 가깝기에 경험에 의한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AI 기술을 활용하면 그런 부분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고, 훨씬 더 빠른 사이클로 상품 전략을 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 제목이 <온라인 개인신용대출시장 내 금리 입찰 방법에 관한 연구(Learning to Bid the Interest Rate in Online Unsecured Personal Loans)>인데요. 내용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지훈: 대출 신청자는 최저 금리를, 금융기관은 최대 이익을 목표로 하는, 이 상충되는 이해관계 속에서 최적점을 찾는 연구에요. 지금은 각 담당자의 경험에 의한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면, 알고리즘으로 하자는 게 논문이 이야기하는 바죠.
금융사는 당연히 채무 이행을 성실히 할 것 같은 고객을 우량 고객으로 분류해 돈을 빌려주고 싶어하는데요. 문제는 여러 금융사가 경쟁하는 대출비교서비스 시장에서 고객이 우리의 대출 상품을 선택할 확률을 예측할 수 없다는 거예요. 타사의 상품 조건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하기 때문이죠. 오로지 알 수 있는 건 고객이 실제로 우리를 선택했는지 아닌지 여부 뿐입니다.
논문에서는 이 문제 상황을 정보가 극히 제한된 ‘반복 경매’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는 알고리즘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요.
승정: 예를 들어 한 달에 100만 명 이상의 금융 소비자가 대출 비교 서비스를 찾고 있다고 했을 때, 금융사는 제한된 예산(취급액) 안에서 100만 번 이상의 경매를 통해 최고의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요. 이를 반복 경매 모델에 빗대는 거죠.
이렇게 반복되는 경매에서 금융사의 누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알고리즘은 대출 신청자마다 금리를 바꾸며 최적의 금리 전략을 지속적으로 찾아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통해 특정 금리 조건을 고객이 선택할 확률을 예측하고, 실제로 고객이 선택했는지 여부와 비교하다 보면, 반복 학습이 일어날수록 예측이 정확해지며 더 정확한 금리를 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접근이네요. 연구 결과, 예상대로 알고리즘이 사람을 이기는 결과가 나온 걸까요?
지훈: 네, 맞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AutoInterest 알고리즘을 실제 대출 실행 데이터에 적용해 평가한 결과, 기존의 고정된 금리 전략 및 일반적인 온라인 알고리즘보다 더 높은 누적 이익을 보였어요. 적정 금리로 좋은 대출 고객을 모셔올 수 있었단 뜻이죠.
개발한 알고리즘을 실제 대출 시장에 적용해 나온 성과가 아니라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지만, 금융 업권에선 과거에 대한 분석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겨지는 만큼 의미가 큰데요. 보통 이런 큰 학회에서는 실제로 운영하지 않은 알고리즘에 관해 컨트리뷰션을 잘 인정하지 않는 편인데, 다행히 이에 관해 잘 설명한 덕에 논문 등재까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 시장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어려움이 있진 않았을까 싶은데요. 연구에 진척이 없을 땐 어떤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으셨나요?
승정: 금리에 대해 연구하는 직접적인 논문은 많이 없어서 처음엔 조금 당황했어요. 그래서 우선 시장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죠.
특히 PFCT 내부적으로 금리 전략에 관해 고민해보기 위해 열었던 대회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는데요. 각자 팀을 꾸려 금리 정책을 짜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누가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지 겨뤘거든요.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선 다른 금융사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 처음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었어요. 이를 ‘반복 경매’에 빗댈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동준: 오히려 반복 경매라는 키워드를 잡고 난 후부터는 많은 어려움이 해소된 것 같아요. 매우 활발한 연구 주제라서 참고할 만한 연구들이 많았거든요. 머신러닝, 경제학, 통계학 등 온갖 분야의 논문을 읽으며 이론적인 부분부터 배워나갔습니다. 광고 시장을 경매에 비유해 수익을 최적화 하는 연구를 참고하기도 했고요.
다만 개인대출시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춰 기존 연구들을 재해석 하는 게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연구에 진척이 없을 때는 그냥 자리에서 멍 때리면서 열심히 생각하는 척 했어요. 그러다 보면 좋은 생각이 나기도 하고 안 나기도 하고…

(웃음) 그런 고난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 소감이 궁금해지는데요.
동준: 승정님과 우스갯소리로 논문 등재 실패하면 월급 반납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안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지난 1년을 돌아보면, AI R&D Team이 에어팩 개발 및 금융사 공급 등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도, 연구를 계속 해야 한다는 회사의 지지가 있어서 논문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준님의 월급을 지키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여러분은 전통의 금융 산업을 기술로 바꿔내는 것에 최전선에 계시잖아요. 앞으로의 포부를 공유해주신다면요?
지훈: 금융의 본질을 기술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지만 아직 왕도(王道)를 찾지 못했어요. 아마 왕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PFCT에서 하고 싶은 건, 제가 가지고 있는 탐구 능력, 개발 능력 등 모든 노력을 십분 발휘하여 현 시점에 왕도로 가는 이정표쯤은 만드는 거예요. 이 이정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이후에 걸쳐서 우리의 기술이 산업에 퍼지고, 더 고차원적인 문제가 등장하고, 저 개인이 더 성장하는 등의 징표가 있을텐데요. 이 경험들이 매우 값질 거라 믿고 있어요.
승정: 저도 지훈님과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아요. 특히 이번 논문 등재가 금융 분야 쪽에서 더 활발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더 많은 논문이 나오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해요. PFCT가 AI 연구도 잘하는 기술 맛집으로 소문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준: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저는 100을 11명이 나눠 먹는 것보다 10을 혼자 먹는 게 좋더라고요. (웃음) 보통 서비스에 활용되는 LLM(거대언어모델) 등은 AI 분야에서 이미 엄청 핫하잖아요. 뭔가 새로운 걸 해내기 쉽지 않죠.
반면 금융 산업은 아무래도 업권 특성상 경직되어 있을 수밖에 없어서, 최신 기술을 조금만 적용해도 굉장히 새로운 게 되는 게 흥미로운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많은 것을 시도해보려는 생각이 강한데요. 우리가 선구자로서 먼저 깃발을 꽂고 싶습니다.
병규: 저는 여전히 입사 초의 마음가짐 그대로 ‘금리 단층 해결해보자’ 하는 생각이 가장 커요. 저금리와 고금리 사이, 8~10%대의 중금리로 중저신용자를 포용함과 동시에 금융사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이번에 발표한 논문도 기본적으로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내용이거든요. 우리가 제안하는 알고리즘을 따라가면 경쟁사들이 다같이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여요. 좋은 고객을 모셔오려면 당연히 경쟁사보다 더 매력적인 조건을 제안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논문이 등재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더 뿌듯했던 것 같아요. 이런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 전반에 잘 퍼지면 결국 평균 금리가 낮아질 거고, 좀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일단 PFCT가 연말에 재개할 개인신용대출에서부터 이런 전략을 잘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혁신적 사고와 기술력으로 금융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미션을 가진 PFCT. 인터뷰를 마치며, 4명의 엔지니어들에게 또 어떤 것들을 연구하고 싶냐 물었어요.
당장 AI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만 해도 개인 맞춤형 금리·한도 전략, 채권 관리 등 다양한데요. 하나씩 연구해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아니면 PFCT의 본질인 P2P(온투업)로 돌아가서 어떻게 투자자와 대출자를 잘 매칭할 수 있을지 같은 연구도 머리 속에 떠오르고요. 금융 산업 전반에 적용해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다 해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기술을 통해 바꿔 나가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는 거죠. 인터뷰를 하는 동안, ‘R&D(연구&개발)’라는 팀명에 걸맞게 이런 과정에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 하는 태도를 물씬 느낄 수 있었어요. 이들과 함께하는 PFCT가 금융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한껏 차오르네요. 늘 지금처럼 팀으로 뭉쳐 여러 난제를 즐기며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dited by Hoonjung
photographed by Gihwan
더 나은 금융 시장, 함께 만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