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진정한 기술 회사라면,
업무 일상에서도 기술을 더 잘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기술을 통해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스스로는? 사무실을 둘러보면 여전히 수기 업무에 얽매여 있거나, 데이터 관리의 혼란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이 보였습니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에 그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기술을 단지 고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내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우리가 기술을 통해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해지는 만큼 고객을 위해 양질의 고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필요성을 느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죠! 곧바로 프로젝트를 띄우고, 직접 사내 업무 지원 플랫폼 ‘Realm(렘)’ 개발에 나섰습니다.

iOS 개발자가 Internal Platform 개발을?
프로젝트가 띄워진 때는 바야흐로 작년 5월, 당시 피플펀드에서 제 역할은 Client Team의 iOS Role Leader였습니다. 어라? iOS 개발자가 갑자기 Internal Platform 개발을? 의아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개발자,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 개발자의 특징을 아시나요? 바로 ‘새로운 기술을 좋아하고, 성장을 열망한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곤 하죠. 우리 iOS 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연차가 쌓이며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어요.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사이드 프로젝트, 이는 회사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발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해보고, 그 과정에서 성취와 성장을 찾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 사이드 프로젝트가 사내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오, 개발자로서는 고객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피드백을 쉽게 받을 수 있고, 직원들은 사내 플랫폼 덕분에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테니 결국 회사에 좋은 방향이겠군! 이거야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 완벽한 상부상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CTO인 민승님, 당시 Division 리더였던 장혁님께 의도를 설명드리며 지원을 요청했고, 너무나도 흔쾌한 ‘콜!’에 힘입어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테크 기반 문화 도입에 테크 활용하기!
프로젝트의 초기 목표는 ‘업무 효율 극한으로 올리기’였습니다. 어떤 기능을 구현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업무 방식을 한 번 짚어보고, 주변 동료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죠.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중요도와 난이도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전까지 iOS, Web 개발 경험만 있던 제가, 이번을 계기로 서버까지 만져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처음 구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빠르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는 ChatGPT를 적극 활용한 덕분입니다.
이전에는 궁금한 정보가 있을 때, 웹 서핑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찾고, 그 속에서도 원하는 정보를 발라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다면, 지금은 궁금한 걸 ChatGPT에게 물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죠. 마치 1:1 과외를 받는 느낌이랄까? 이때 저처럼 근본적인 기술을 중요시 여기는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코드를 바로 작성해달라는 요청보다는 그 근간에 어떤 기술적 배경지식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단 것입니다.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면서도 코어까지 튼튼하게 잡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ChatGPT의 도움을 받아 한달만에 3가지 기능의 근본을 구축한 다음,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손 보고,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현재에 이르러 Realm에는 총 6가지의 기능이 구축되어 있는데요. 지금부터 그 중 몇 개의 기능만 자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능 소개 (1) 앱 QA 최적화
우선 제일 자랑하고 싶은 기능은 QA(Quality Assurance) 최적화 기능을 구축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피플펀드는 각 개발 서버마다 Sentry 같은 외부 솔루션을 써서 에러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어요. 앱에서 QA를 진행할 때, 에러가 발생하면 테스트하던 사람이 현재 상황을 캡처한 다음 사내 메신저를 통해 상황 설명을 작성하고, 해결해줄 담당자를 찾아야 하는 구조였는데요. 이때, 하나의 에러에 대한 여러 silo가 생겨서 소통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설사 담당자를 한 번에 찾았다 해도 그가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로그를 다 살펴봐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고요.
금융은 신뢰 기반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사용성을 해치는 경험은 아주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죠. 따라서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오류를 최소화해야 하며, QA의 중요성은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효율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여러 에러 모니터링 채널을 통합해 silo를 없애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제품 QA를 진행할 때 에러가 발생한다면 바로 사내 메신저를 통해 전사로 공유가 됩니다. 이때, 언제 어떤 환경에서 무슨 오류가 발생했는지 등 에러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자동으로 같이 전달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요. PO, 프론트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서버 개발자 등이 한데 모여 쉽게 해결책을 강구하게 됨으로써, 많은 병목이 사라지며 빠른 QA 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


기능 소개 (2) 웹 QA 최적화
피플펀드 서비스는 앱 뿐만 아니라 웹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죠. 그렇기에 앱 QA에 이어 웹 QA 최적화 기능도 구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기능은 웹 E2E 테스트를 통해 실현했는데요. 이는 피플펀드 투자나 대출 서비스가 웹에서 잘 작동하고 있는지 로봇이 테스트한 뒤, 그 결과를 사내 메신저를 통해 전사로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전체 테스트 중 실패한 테스트가 있다면, 이에 해당하는 상세한 에러 내용과 화면 캡처가 자동으로 전송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개발자들이 한데 모여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웹이 정상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어떤 문제가 발생할 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

기능 소개 (3) AI 뉴스 클리핑(피플이)
개발자로서 스스로 필요한 기능 외, 동료의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바로 AI 뉴스 클리핑 기능인데요.
피플러들은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회사 및 업계 소식을 가장 신속하게, 그리고 쉽게 접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각종 뉴스를 선별한 뒤 정리해 올려주는 덕분이죠. 기존에는 이 뉴스 클리핑을 담당자가 매일 아침 천 개가 넘는 기사를 눈으로 확인하며, 그 중 가치있는 것을 일일이 솎아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때, 특정 키워드를 바탕으로 무수하게 중복되는 기사들이 있었기에 큰 비효율이 있었어요.
문제의 해결 방안을 고민하다 AI 뉴스 클리핑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담당자가 지금까지 클리핑한 뉴스 리스트를 AI(피플이)에게 학습시키면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결과물이 아직은 불완전할테니 담당자가 최종 검수만 한다면, 훨씬 효율적인 방식으로 클리핑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만들어진 AI 뉴스 클리핑 기능! 3분 안에 최대 4,900개, 하루 최대 58,800개의 뉴스를 클리핑해 우리에게 유의미한 기사들을 추려줍니다. 이제 담당자는 그 내용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검토 및 수정한 다음 사내에 공유하면 돼요. 매일 아침 뉴스 클리핑에 들이는 공수가 아주 많이 줄었다는 피드백을 들어 기뻤습니다. 😎

기능 소개 (4) 언어의 마술사
마지막으로 소소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소개하려 해요.
바로, 많은 피플러들의 언어에 마술을 부리고 있는 ‘언어의 마술사’ 기능입니다. 이 기능에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 에이전트들이 존재하는데요. 광고 문구 제안, 법률 자문과 같이 각 분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범용 LLM(Large Language Models)인 ChatGPT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나 최신 트렌드, 대한민국 법률 등에 대해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에이전트들은 ChatGPT에 각각의 특성에 적합한 학습을 더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딱 맞는 답변이 가능하죠.
먼저, 광고 문구를 제안하는 에이전트에는 지난 반년 동안 우리의 마케팅팀에서 만든 광고 문구 등을 학습시켰습니다. 그래서 어떤 키워드를 입력하면, 우리의 마케팅 포인트에 맞춰 문구를 만들어주는데요.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마케팅팀에게 훌륭한 조력자 또는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 법률 자문 에이전트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온투법, 금소법 등의 법률을 학습시켰습니다. 마케팅팀에서 이 에이전트에게 문구 검토 요청을 할 시, 여러 법률을 토대로 그 문구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주죠. 궁극적으로 에이전트가 내린 법률 자문을 토대로 법무팀은 최종 컨펌만 할 수 있는 구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사실 제가 대표로 글을 쓰고 있지만, Realm에 기여한 개발자들은 정말 많습니다. 기능 구현에는 Client Team의 민원님, 희선님, 규리님이 함께 해주셨고, DevOps Team을 비롯해 주변의 많은 도움과 조언을 구하기도 했죠.
혼자만 노력해서는 테크 기반 문화가 전사에 스며들게 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점점 더 많은 개발자들이 기여하기 시작한 순간, 그보다 뿌듯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Realm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DDD, Clean Architecture 등 보편적인 기술, 강력한 아키텍처를 쓰기 위해 노력했는데, 원하는 기능을 얹기 좋게 구현해두었으니 앞으로 더 많은 개발자들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UX의 Godfather 돈 노먼이 창시한 개념 중, UCD(User Centered Design)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모든 제품은 사용자 중심으로 짜여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착안해 Realm은 어떠한 가설이 아닌,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선해나갔죠. 특히 ‘알림을 만들어 달라’는 피드백을 받아 사내 메신저와 연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메신저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의 활성도가 엄청나게 좋아진단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잘 쓰고 있다’, ‘없어선 안 된다’는 피드백으로 큰 힘을 얻기도 하고요. 😇

테크 기반 문화가 전사에 녹아들 때까지
앗, 그러고 보니 이름을 왜 Realm으로 지었는지 설명하지 않았군요!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얘기해보자면, ‘사내 직원들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기능들이 즐비한 왕국을 세우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었어요. 지금은 6가지 기능을 담고 있는 초기 왕국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영역을 얼마나 확장해 나갈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한하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여러 LLM, NLP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어시스턴트 워크플로우를 Realm에 강력하게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내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가지 기능이 대기중인데요. 막간을 이용해 스포하자면, 곧 데이터 쿼리를 대신 짜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입니다. 그것도 아주 높은 수준으로요!
보안상의 이유로 정확한 기능 명세와 구현 방법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두가 좋아할 기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에요. 우리의 노력이 테크 기반 문화가 전사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데 한 몫을 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여전히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영역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Realm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Realm!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edited by Hoonjung
photographed by Hyunki
designed by Jihye
Realm과 함께 효율적으로 일해볼래요?